본문 바로가기

이글루스

A Pediatrician, Dr. Latro

검색페이지 이동

사이드 메뉴

이글루스 블로그 정보

수면교육

앱으로 보기

본문 폰트 사이즈 조절

이글루스 블로그 컨텐츠

[주의: 이 블로그의 모든 내용은 아이를 직접 진찰한 의사의 의견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들어가는 글

아시다 시피, 이 블로그는 쉬운 블로그가 아닙니다. ㅎㅎ

돌 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먹이는 것과 재우는 것. 이 두 가지를 모두 잘 하는 아이를 키우는 운좋은 부모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수는 아닙니다. 그리고 한 가지에 문제가 있는 아이는 대부분 다른 것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유식이나 혼자 먹이기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수면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두 가지를 짚고 시작하겠습니다. 수면교육이 어느 정도로 중요한 지, 어떤 효과를 지니고 그래서 잘 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지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첫째, 2개월과 4개월 예방접종 아이들이 왔을 때, 대기환자가 아주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가는 엄마도 붙잡고 꼭 이야기하는 것이 이유식과 수면교육에 대한 내용입니다. 너무 바빠서 한 가지 밖에 할 수 없다면 둘 중에서 수면교육을 택합니다.

둘째, 10개월 정도 혹은 돌 안팎의 아이를 데려와서 "잘 안 먹어요." 라고 엄마가 호소할 때, 저의 첫 질문은 음식이나 건강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몇 시에 재우시나요?" 입니다.

-

인간의 뇌를 연구하면서 수면에 대해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면이 적절히 이루어지는 것이 다만 다음 날 생활의 질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성격이나 기분(mood) 그리고 신체 작용 전반 특히, 키의 성장과 면역 능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입니다.

수면을 결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그 시작은 당연히 "어떻게 잠들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겠지요. 그리고 잠드는 습관은 생각보다도 훨씬 일찍 형성된다는 것도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잠드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나 육아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직 이견과 논쟁꺼리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타고나는 기질과 자라나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의견이라는 게 있고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따라야 하는 일반 원칙이 있습니다.'예외' 는 각자의 주치의 소아청소년과 선생님과 상의하셔야하는 부분이고, 저는 '일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수면교육이란 무엇인가요?

잠은 배울 수도 없고 가르칠 수도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그저 작동할 뿐입니다. 그러나 잠드는 법, 수면 습관을 가르치는 것은 이것과 다른 문제입니다.

수면교육이란 아이에게 좋은 수면 습관을 가르쳐주는 일, 을 뜻합니다. 좋은 수면이란, 성장과 발달은 물론 매일매일의 일상적인 활동에 해가 되지 않는 수면을 의미합니다. 좋은 수면 습관이란, 좋은 수면을 위해서 혼자 잠드는 것을 말합니다. 정리하자면, 성장과 발달 및 일상 활동에 해롭지 않도록 혼.자.서. 잠드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수면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그거 꼭 해야 하는 건가요?

사람의 몸과 마음은 신기하게도, 스스로가 건강하게 생존하려는 쪽으로 작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수면교육이나 육아니 이유식이니 하는 개념이 없던 시절에도 아이들을 다 낳아서 키웠고 아이들은 또 잘 자랐습니다. 그렇게 자란 게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고 또 저입니다. 이런 거 안하든, 이유식 같은 거 옆집 아줌마 말을 따르든 인터넷 까페 운영자 말을 따르든 대부분의 아이들은 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특별한 관심과 정성을 보여주고,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한 육아법으로 도와주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잘 안 먹고 몸무게가 안 느는 아이들은 빈혈이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먹이는 방법에 문제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빈혈도 결국은 이유식 등 먹이는 방법의 문제에 2차적으로 발생하는 부록이구요.

문제는 우리 아이가 이런 특별한(?) 양육태도가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더하여, 일단 문제가 발생하고 난 다음에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게 더 큰 고민꺼리가 될 것입니다.

앞 날을 내다보고 자기 아이의 기질과 적응에 대해 자신있는 분들은 무시하셔도 되는 부분입니다.



3. 뭔지 모르지만 수면교육, 그거 어려운 일 같은데...

수면교육이 잘 되었을 때의 결과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아이를 키우는 편안한 엄마입니다.

수면교육과 이유식 진행이 잘 되었을 때 10개월 경의 아이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하루 세 번의 이유식(진밥)을 합니다. 매일 30~50g의 고기를 섭취합니다. 이 시기에 먹을 수 있는 야채와 과일을 대부분 섭렵하였습니다. 하루 두 번에서 세 번 정도의 간식을 소량 먹습니다. 식사와 간식시간은 매일 일정합니다. 하루 4-5회의 수유를 합니다. 분유를 먹는 아이는 하루 400~600cc 정도를 먹습니다. 그 이상 먹는 아이도 점점 분유양이 줄어들고 이유식양이 늘고 있습니다. 아이는 저녁 8시경에 잠들어서 아침 6시 경에 일어납니다. 아침 10시 경쯤 첫번째 낮잠을 두 시간 가량 잡니다. 오후 세 시경 두 번째 낮잠을 두 시간 가량 잡니다. 밤에는 깨어나지 않고 젖을 찾지도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밝고 활발하게 놀고 저녁 7시 무렵이 되면 차분해 집니다. 빠른 아이들은 7개월부터 벌써 밤에 깨는 일이 거의 없어집니다.

아이의 건강은 둘째 치고, 엄마가 편안해지는 방법입니다. 어려워 보여도 시도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4.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방법을 알려 주세요.

본격적인 수면 교육은 4개월 경에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을 권합니다. 2개월에서 4개월 사이에 시작을 권하지만, 4개월이 넘어가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됩니다. 4개월 이전 특히 6주 전에는 아이의 수면 패턴에 그냥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2-4시간 간격으로 잠들고 깨는 아이의 수면 싸이클에 맞춰 엄마도 쪽잠을 자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4개월보다 더 늦게 수면교육을 시작하면,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수면 습관을 갖기 점점 어려워집니다. 늦으면 늦을 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6-7개월이 지나면 아이가 낯을 가리기 시작합니다. 나와 타자를 구분하기 시작하고, 장기 기억이 발달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분리 불안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를 지나도록 수면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싸워야할 적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는 것과 같습니다.

출생직후부터 4개월까지는 하루 전체의 일상을 규칙적으로 해 주는 것과, 저녁 이후로는 어둡고 조용하게 해 주는 것, 낮에 수유중 잠들거나 수유직후 잠들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수면 교육의 워밍업이지요.



5. 오늘은 서문이 너무 길어요. 방법 말이예요. 빨리빨리 얼릉얼릉!

요약부터 하겠습니다.

  1. 첫째, 일찍 재운다.
  2. 둘째, 안아서 재우지 않는다. 흔들어서 재우지 않는다.
  3. 셋째, 먹여서 재우지 않는다. 잠든 채로 먹이지 않는다.
  4. 넷째, 수면 루틴을 만들어 준다.
  5. 다섯째, 아이가 깨어났을 때
    - 바로 달려가지 않는다.
    - 가더라도 불을 켜지 않는다.
    - 가더라도 안아 올리지 않는다.
    - 눕혀놓은 채로 엄마 목소리와 토닥임 정도로 재운다.
    - "괜찮아. 괜찮아. 금방 잠들 수 있을꺼야. 엄마가 여기 있어." 라고 속삭여준다.
    - 안아 올리더라도 잠들기 전에, 울음을 멈추기 전에 내려 놓는다.
    - 다시 재우고 달래는 것은 10분 이내로 한다.
    - 10분이 지나면 일단 내버려둔다.
    - 10분정도 엄마 스스로 진정한 후 다시 달래기를 시도한다.
  6. 여섯째, 이유식의 진행을 철저히 한다.
  7. 일곱째, 낮에 더 열심히 놀아준다.
    - 아이에게 말을 많이 건다.
    - 까꿍 놀이를 자주 해 준다.
    - 눈을 맞추고 칭찬해주고, 더 많이 예뻐해주고, 더 많이 안아준다.
이 모든 것을 한 마디로 하자면, 생후 4개월이 지난 아이는 스스로 잠드는 것을 배워야 한다. - 입니다.



6. 일찍 재운다? 얼마나 일찍이지요?

몇 시 - 라기보다는 해지면 재운다 - 로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7시에서 8시 사이에 재울 것을 권하고 있으며 학자에 따라서는 11시 이전이라고도 하지만 대부분, 늦어도 9시 이전에 재워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돌 전(사실은 그 이후도)의 아이가 있는 집은 저녁 8시가 지나면 모든 전등과 TV 등을 꺼서 절간처럼 만드는 게 좋습니다.


7. 여휴 - 그렇게 일찍 자면 중간에 더 자주 깨지 않나요?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아이들은 오히려 더 깊이 잠들고 더 오래 자게 됩니다. 늦게 잘 수록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얕은 잠에서 허덕이게 됩니다(렘수면과 깊은 수면에 대한 내용을 비유하였습니다.). 사람의 수면에 큰 영향을 주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은 빛의 영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아이가 아무리 늦게 자더라도 일단 세상이 밝아지면 일어나야 합니다. 자더라도 최소한 깊은 잠을 잘 수는 없는 거지요.

이런 아이들은 다음 날 이유식도 잘 안 먹게 됩니다. 졸렵고 피곤한 아이에게 씹어먹어야 하는 음식은 맛나고 행복한 경험보다는 귀찮고 성가신 과제를 제공할 뿐이지요. 낮잠도 길게 자게 되지만 피로가 풀리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 날 밤의 수면을 방해할 뿐입니다. 악순환에 들게 됩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권유에 따라 재우는 시간을 11시, 12시에서 저녁 8시 경으로 앞당긴 엄마들에게서 그에 더불어 나타나는 놀라운 일들을 듣는 게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8. 안아서 재우지 않고 흔들어서 재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떻게 재우나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4개월령 이전부터 먹이거나 안아서 흔들어주지 않아도 잠들 수 있습니다. 지금 아이가 이런 일 없이 잠들지 못한다면 그렇게 키운 것이지 아이의 문제는 아닙니다. 흔히 '아이가 손을 탄다.' 고 하는 것은 4개월 이후에도 안아서 재우는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둡고 조용한 방에 아이를 눕혀놓고, 엄마의 목소리로 재웁니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것도 좋고 책을 읽거나 대화하듯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습니다. 노래나 동화 테이프를 틀어주는 게 아닙니다.



9. 어휴 - 그렇게 해서 과연 잠이 들까요?

처음부터 잘 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보통 2주 정도를 이야기하지만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입니다. 아이에게 일관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생후 4-6주 경부터 일단 저녁 7시 이후에는 연한 수면등을 제외하고는 아이가 있는 공간을 어둡게 하여 낮과 밤의 구분을 명확하게 해 주는 것으로 시작하면 도움이 됩니다. 낮은 밝고 활동적으로, 밤에는 어둠고 조용하게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으로 시작해야 4개월 이후 수면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0. 먹여서 재우는 것도 하지 말라구요? 배고파서 어떻게 하라구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입니다. 아이가 잠에서 깨는 이유에 분명 배가 고픈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4개월령을 지나는 아이의 뱃고래는 범애 5-6시간 이상 먹지 않고도 문제없을 만큼 낮에 먹는 양이 증가해야하고, 분유 수유나 혼합 수유 중인 아이라면 이유식이 시작되어 포만감이 더 오래 지속되어야 합니다.

수면교육 첫 날 부터 먹여서 재우는 것이나 밤중 수유를 완전히 끊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모유수유중인 아이라면 적어도 6-7개월은 지나야 밤중수유를 끊는 게 가능하게 됩니다. 다만, 아이는 입으로 무엇을 빨거나 배가 채워져서 잠드는 게 아니라 그냥 잠드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이것을 수면 연관 없이 잠드는 것, 이라고 합니다.

분유수유나 혼합수유 아이라면 4개월에, 모유수유중인 아이라면 6개월에 이유식을 시작하게 되지만 수면교육은 모두 4개월에는 시작해야 합니다. 일단 수면교육을 시작하기로 했다면 당장 그 날부터 잠든 채로 먹는 것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잠이 들면 젖병이나 젖을 빼야 하고, 그로 인해 아이가 깨더라도 다시 물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잠든 채로 먹는 버릇은 다음날 식욕도 떨어뜨리고 중이염이 더 잘생기고 잘 안고쳐지는 원인이 되며 훗날 치아우식증(썩은 이)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손가락을 빨면서 자는 것은 그대로 두어도 좋습니다.

8시경 잠든 아이가 밤 12시에서 새벽 1시 경에 깨는 것은 배가 고파서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때는 먹여야 하겠지만 그것도 깨어 울때 바로 달려가 젖꼭지 물리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30초에서 수 분 정도 기다렸다가 물리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해야 밤에 깨는 일이 줄어들고 낮에 먹는 양 특히, 이유식 먹는 양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또한 밤에는 깨지 않고 더 잘 자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집니다.


11. 수면루틴이라는 건 뭔가요?

수면루틴(Bedtime Routine)이란 매일밤 잠들기 전에 이루어지는 똑같은 상황, 을 말합니다. 부모가 의도적으로, 아이의 취향에 맞춰서 만들어주는 것들이지요. '잠자리 의식'이라고도 합니다.

신나게 놀다가도 잠들기 한 시간 정도 전부터는 차분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좋습니다. 흥분한 아이를 재우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저녁 7시 무렵부터는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을 조성합니다. 7시 30-45분 쯤이면 아이가 졸려워하지 않더라도 잠자리에 눕힙니다. 졸려워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8시경이 되면 모든 불을 다 끄고 조용한 가운데 아이에게 "잘자라 아가. 아침에 또 보자." 와 같은 취침인사(알아듣든 못알아듣든 매일 같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를 하고 엄마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거나 노래를 불러줍니다.

조금 더 큰 아이들을 위해서는 더 구체적인 루틴이 필요합니다. 하루 종일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에게 작별인사하기, 달님에게 인사하기, 좋아하는 책 읽어주기, 노래불러주기, 좋아하는 담요나 인형 챙기기, 침대 밑이나 옷장속의 괴물쫓기 의식(미국 아이들 이야기겠지요.) 등 아이의 취향에 맞춰 부모가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너무 복잡하거나 요란하지 않은 게 좋으며, 간단한 기도나 인삿말 정도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요. 역시 중요한 것은, 매일 같은 패턴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12. 그래요 그래요. 그렇다고 쳐요. 깨었을 때도 달래주지 말라는 건가요?

어떤 전문가는 "일단 재우고 나면 어떤 경우에도 아이에게 가지 말라. 기저귀도 갈아주지 않아도 문제되지 않는다." 고도 합니다만, 이건 너무 극단적이구요.

깨었을 때에도 원칙은 역시 이것입니다. 혼자서 잠들어야 한다는 것!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 4주 정도 지나면 각각의 울음소리를 구분하게 됩니다. 아이가 자다 깨어 우는 소리가 평소와 달리 자지러지는 양상이면서 공포나 고통의 표현같아 보인다면 당연히 바로 달려가야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울음이라면 혹은 그저 칭얼거림이라면 일단은 숫자를 세는 겁니다. 처음에는 30 까지 세는 것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5분이나 10분까지 기다려 볼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아이가 울고 있는 10분이란, 마음 속에 해가 몇 번쯤 뜨고 질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걸 이겨내야 나도 편해지고 아이도 건강해 질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숫자를 세는 겁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부모를 소환할 수 있는 스킬로서의 울음을 터득하게 됩니다.

숫자를 다 세었는데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면 아이에게 갈 필요가 없습니다. 숫자를 다 세었는데도 아이가 울고 있다면 아이를 살펴보아야겠지만 두 가지 명심, 불을 켜지 않아야 하고, 안아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불편해 할 만한 상황이 생겼는 지 확인하고 기저귀만 얼릉 만져보거나 갈아준 뒤 재빨리 후퇴합니다. 다시, 처음 재울 때처럼 엄마의 목소리나 노래를 들려줄 수 있지만 10분 이상 시도하지는 않습니다.달랜 지 10분이 지나면 일단 무조건 후퇴. 적어도 다시 10분 이상 20분 정도 기다린 뒤 다시 10분 달래거나 아니면 그냥 기다리는 것도 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미 8-9개월을 넘겨서도 수면교육이 안 된 아이들은 더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가 놀자고 기어나오는 거지요. 더 큰 아이들은 불을 켭니다. 이때도 원칙은 같습니다. 놀아줘서는 안되고 먹을 것을 주어서도 안됩니다. 소리지르거나 혼내지 않고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로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시간"임을 이야기해 주어야 합니다. 물론, 엄마도 아빠도 자야(자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구요. 수면교육이 잘 되지 않은 아이들을 나중에 교정하는 것은 더 큰 노력과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13. 아이 정서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논란이 되는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만, 낮에 더 열심히 그리고 친밀하게 놀아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밤이라고 방치하라는 게 아니라 즉각적인 반응을 줄여서 아이가 혼자 잠드는 것을 적어도 시도는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미리미리 예측하고 처리해 주는 부모가 아이에게 이롭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10분만 달래는 것도 그렇습니다. 10분이란 사람에 따라 5분이 될 수도 있고 20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짜증내지 않고 담담하게 견딜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10분 이상 달래어도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으면 화가 나고 짜증이 치밀면서 '내 아이도 달랠 줄 모르는' 자신에게 실망하게 됩니다. 이 부정적인 감정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져 아이를 더욱 불안하고 흥분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달래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이를 내버려 두는 게 아이의 정서에 해롭지 않습니다. 다시 엄마의 마음을 추스리고 와서 달래라는 이야기입니다.

10분만 달래라는 것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하는 엄마들도, 제가 이렇게 물어보면 수긍하시더군요. "엄마가 화 났을 때, 아빠가 1시간 동안 옆에 붙어서 빌고 있으면 화가 풀리시던가요? 오히려 저 사람이 자기 잘못한 줄 모르고 화를 꾹 참고 있구나 - 하는 느낌에 더 화가 나지 않던가요?". 그겁니다.



14. 이유식을 철저히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돌 전 아이에게 몇 십만원 짜리 책을 보여주는 것보다 몇 십만배는 중요한 것이 이유식의 진행과 수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유 수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직장다니는 엄마들에게는 제한이 많습니다. 올바른 애착형성의 부분도 빼놓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부모가 스스로 바뀔 필요성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소귀에 경읽기일 가능성이 많습니다(조금이라도 관심있으시다면 옆 라이프로그의 책들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유식과 수면교육은 따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잘 자는 아이가 잘 먹게 되고 잘 먹는 아이가 잘 자게 됩니다. 잘 먹고 잘 자는 아이가 말 그대로 잘 살고 있는 겁니다.

진료실에서 또, 이 블로그에서 엄마들의 질문은 정말 다양합니다. 제가 잘 알고 답하는 부분도 있지만 모르는 것도 많습니다. 그럴 때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확인하는 것은 일단 아이가 잘 먹고 몸무게가 잘 늘고 있으며, 잘 자고 낮에는 또 잘 노는가 - 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여기에 문제가 없다면, 일단은 그 지겨운 "일단 좀 지켜보지요." 라고 이야기 드릴 수 있는 거지요.

이유식은 tag 이유식 을 참고하시길...



15. 낮에 놀아주는 것은 무슨 소리?

단순하게 낮에 더 피곤하게 만들어서 밤에 잘 자게 하자 - 도 맞는 말이지만, 그 이상입니다. 낮에 더 열심히, 친밀하게 놀아주는 것은 건강한 애착형성을 위해서 중요합니다. 아이가 밤에 자주 깨어나는 것 자체는 수면주기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그래서 다시 잠들지 못하고 계속 보채는 것은 분리 불안과의 연관이 많습니다. 분리불안을 건강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애착형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밤에 잘 재우기 위해서는 낮에 더 따뜻하게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본격적인 수면교육 시기인 4개월 이전부터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는, 낮수유 후 바로 잠들게 하기 보다는 단 5분이라도 아이를 깨워서 말을 걸고 눈을 맞추며 놀아주는 게 필요합니다. 수유와 잠들기가 바로 연결되는 것은 습관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또, 이런 아이들은 수유량이 잘 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것과 아이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자세하고 구체적인 방법은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을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요약하자면,"아이의 감정은 받아주고 행동은 고쳐주어야 한다." 입니다.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존 가트맨 지음, 남은영 감수 / 한국경제신문






아이와의 놀이 중에서도 특히 까꿍놀이는, 눈 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어딘가에 엄마가 계속 같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놀이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합니다. 낮에도 엄마가 다른 일을 하면서 계속 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방문을 열어놓고 누워있는 아기에게 계속 말을 걸어주는 방법도 밤의 분리불안 극복에 도움이 됩니다.



16. 낮잠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밤에 잠을 잘 잘고 낮에 이유식을 잘 먹고 잘 논다면, 낮잠은 얼마를 자든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가 낮잠을 오래자려고 한다면 3-4시간 이상 자는 것은 가볍게 자극을 주어 깨어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17. 아이 아빠가 10시에 퇴근하는데 아이를 8시에 재우면 아빠 얼굴은 언제 보나요?

재우는 것, 먹이는 것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한들 부모 자식 간에 정을 쌓는 일보다 중요할까요? 그런 경우는 그 가정에 맞게 생활 주기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원칙을 각 가정 상황에 맞게 엄마아빠의 상의 하에 적용하는 게 좋겠고 단골 소아청소년과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해보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6개월 경의 아이는 밤잠으로 내리 10-12시간을 자고 낮잠은 합쳐서 3-4시간 정도 자는 것이 보통입니다. 클 수록 밤잠 시간이 짧아지고 낮잠의 횟수나 시간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를 기준으로 수면패턴을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18. 우리 애는 1시 넘어서 자는데도 밥 잘 먹고 감기 한 번 안 걸렸는데요?

복 받으신 겁니다. : ]

육아에 있어서 거의 유일한 원칙은, "정답은 없다." 입니다. 이것이 저것보다 좋다! - 거나 옳다! 가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것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낮더라 - 인 거지요. 잘 놀고 잘 먹고 있는 아이를 붙들고 수면교육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 라고 하지 않습니다. 2, 4개월 무렵에 미리 알려주는 아이들 외에는 대부분, 먹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아이들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수면에 대해 조언을 하게 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남부 유럽 스페인의 육아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펄쩍 뛸 일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밤 12시 넘어서 재우는 것은 물론이고 어려서부터 짜고 달게 먹는다든지 갓난 아기들 앞에서의 흡연이라든지 깜짝 놀랄 일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월드컵 같은 데서 보면 덩치 좋은 스페인 축구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고 실제 거리에서도 건장한 사람들 투성이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키워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 자란다는 실제의 예입니다. (그런데 키는 다른 유럽인들에 비해 굉장히 작아 한국 사람과 다를 바 없지요? 흥미로운 부분.)




나가는 글

오늘의 긴 이야기는 수면교육에 대한 개요와 그 의미를 간단하게(?) 적은 것입니다. 긴 이야기가 된 것은 수면에 대해 오해와 논란이 너무 많기 때문에 설명이 많아진 까닭이겠고 그럼에도 간단하다고 하는 것은, 개개의 아이들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 복잡하고 세심하게 고려할 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가정마다 혹은 한국 나름의 육아방침이 있다고도 하시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육아법 - 같은 것은 실종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옛날에는 아이들을 다 이렇게 키웠어." 라는 이야기가 100년 아니 단 30년이라도 넘은 것들이 몇 개나 있을까요? 게다가 아이를 키워보지 못한 엄마들이 할머니가 되고 옆집 아줌마가 된 세대이기도 합니다. '전통'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전통' 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당연스러운 듯이 동의해야할텐데 모두가 의견이 제각각입니다. 정말로 '만들어진 전통' 이고 그것도 '급조된 전통'입니다. 전문가의 의견에 다른 민족이나 다른 사회보다 더  힘이 실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육아전문가도 각 가정의 특수한 사정이나 민족이나 사회의 전통을 짓밟고 무시하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저도 물론 같은 생각입니다.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 것인지 같이 각각의 상담하는 아이마다 다르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엄마들도 인터넷 상의 정보(이 블로그도 마찬가지입니다.)나 옆집 아줌마의 말만 따라서 그저 "좋더라." 를 따르지 마시고, 시어머니나 친정엄마의 이야기를 그저 '전통'이라고 믿지 마시고 같이 토의하고 공부해서 스스로도 납득할 만한, 일관성 있는 원칙으로 아이를 키우신다면 나날이 더 행복해지는 아이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같이 읽을만한:
수면교육, 덧붙이는 글
수면교육, 다른 의견들 사이의 공통점
수면교육,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해요




포스트 공유하기

썸네일
latro님의 글 구독하기
덧글 89 관련글(트랙백) 1
신고
맨 위로
앱으로 보기 배너 닫기

공유하기

주소복사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수있습니다.

http://latro.egloos.com/m/4902128
닫기

팝업

모바일기기에서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운영체제가 안드로이드, ios인
모바일 기기에서 이용해주세요.

덧글 삭제

정말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확인

게시글 신고하기

밸리 운영정책에 맞지 않는 글은 고객센터로
보내주세요.

신고사유


신고사유와 맞지 않을 경우 처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 위반/명예훼손 등은 고객센터를 통해 권리침해
신고해주세요.
고객센터 바로가기